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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그리고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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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65회 작성일 15-05-0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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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건축시공기술사 면접심사에 참여하였다. 나도 92년 건축시공기술사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면접을 앞두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면접에 임하는 수험자 분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요즘 기술사 면접은 23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유는 23년 전에는 필기시험은 매우 어려웠으나 면접은 통과의례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시험 합격 비율이 별도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많은 분들을 합격으로 판정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하였다. 면접에 임하는 수험자 분중 한 분은 건설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사장님이셨는데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술사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을 직접 느끼며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했다.

나는 건축을 선택한 것에 대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면접심사를 같이 했던 심사위원중 한분이 토목은 위에서(또는 선임이) 시키면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회식을 할 때도 건축보다 화끈하고 보기에 좋다고 말씀하시기에, 토목은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집단의 의사를 중요시 하지만, 건축은 개인의 생각을 얼마든지 발표하고 그것에 대해 갑론을박 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이 토목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창의적이다.’ 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씀드렸다.

나는 건축을 사랑한다. 내가 건축을 전공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어린 시절 충북의 외진 시골에서 나의 아버님께서 방학숙제로 정성껏 만들어 주신 우리 집의 평면을 그대로 묘사한 모델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건축을 전공하지 않으셨던 아버님께서 우리 집 방들과 내부 구조, 그리고 방들의 문까지, 거기에 색까지 입혀서 어찌나 생생하게 만드셨던지 회상해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도 아니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아버님의 깊은 사랑을 절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지금 내가 건축의 길에 서있고, 건축을 사랑하고, 건축의 모든 것을 즐기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더욱이 내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3년부터 3년간 현장시공을 하고 미국에서 CM을 공부한 다음 한국전력기술에서 공정관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으나, 결국 건축의 길로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아버님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건축을 전공하면서도 우리 건설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은 늘 천근만근으로 무겁다. 건축은 건설로 완성된다. 그것이 건축이 일반 예술과 다른 점이다. 건축은 그것을 실체화시키는 건설과정을 통해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건설현실은 아직 후진적이다 못해 여전히 3D업종으로 치부되고 있다. ‘건축은 좋으나 건설은 내키지 않는다.’ 라는 인식은 젊은이들이 건축 선택을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중 하나일 것이다.

건설이 얼마나 멋지고 보람된 일인가? 구지 피라미드, 파르테논 신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오랜 세월동안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건축물을 만드는 과정에 기여했다는 긍지와 자부심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건축시공기술사 면접 질의항목들을 준비하면서 내부마감, 거푸집, 단열, 층간소음방지 등과 같은 일반 시공문항들과 더불어 총론에 관한 질의항목을 고민하다가 나의 긍극적인 희망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우리나라의 건설이 선진국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주 5일,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근무하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라는 질의였다.

물론 딱 부러진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험자분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안을 제시하는지는 기술사의 자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대부분의 수험자분들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라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론은 조금씩 달랐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답변하였다.

나의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은 공사비를 증액하고 공기를 넉넉히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노임단가로는 도저히 주 5일만 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공기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 토·일요일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대답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의 건설관리 관행을 더욱 선진화시켜 생산성을 높이게 되면, 주 7일의 노임을 주 5일의 노임으로 지불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현장작업자들도 오후 5시에 퇴근해서 저녁시간에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라는 답변을 은근히 원하고 있었다. 물론 선진화된 건설관리 관행에는 선진화된 공정관리 관행도 포함되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CM을 공부한 다음, 미국 건설회사에서 약 8개월 정도 Estimator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 회사는 조그만 상가나 주택을 주로 시공하는 소규모 건설회사였는데, 주 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근무는 당연한 것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험한 건설현장은 토·일요일 작업은 당연하였고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근무하며 일년에 설날과 추석때 잠깐 쉬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야말로 별천지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공사비가 우리보다 훨씬 비싸고 공사기간도 많이 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의 작업강도는 우리보다 훨씬 쎌 뿐만 아니라, 공정관리나 비용관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체계적이며 강력하다. 한마디로 약속한 일정을 어기는 일은 계약상 엄청난 불이익과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공정계획에 대해 동의하고 서명하는 단계부터 조심스럽고 철저할 수밖에 없었으며, 일단 동의한 일정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지키는 관행이 바로 건설 선진국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러한 선진건설의 모습이 우리의 건설현실에도 반영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관행, 특히 건설시스템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소수의 외침에 쉽사리 반응하거나 변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외치고 주장해야 한다. 우리의 건설현장도 ‘주 5일,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근무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라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 공정관리를 제대로 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공정관리만을 잘하고 체계적으로 하자는 얘기에는 고개만 끄떡일 뿐 그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건설환경도 반드시 선진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왜 변화하지 않는 것일까? 왜 우리는 주 5일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 근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일까? 나는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었으나, 이번 기술사 면접을 통해 많은 건설인들이 우리의 건설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선진화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음을 느끼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21-03-01 20:11:36 Free Board_Korean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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